기취여란其臭如蘭 : 절친한 친구 사이. 택시를 타고서 도착한 우리 동네. 이쯤 되면 도노반에게 뭐라도 권해야 예의였다. “오빠,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뭐라도 한 잔 마시고 가라! 우리 집이 반지하이긴 한데, 뭐 마실 정도는 된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폐가 아니라면야.” “저 놈은 가라고 그래. 덩치가 커서 걸리적거린다고.” 동그란 안경을 낀 지식인 같...
십보방초十步芳草 : 도처에 인재가 널려있다는 뜻. 완전히 쫄았다. 그대로 고개만 숙였어도 아무런 피해가 없었을 테지만, 그 위력을 직접 눈으로 보니 모골이 송연해졌다. 펄펄 끓는 뜨거운 물 때문에 주변의 공기가 더 후끈해져서 땀이 질질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땀을 손으로 닦아 내며, 나는 나뒹굴었던 바닥에서 일어나 아이를 내려놔 주었다. 비명을 질렀던 아줌...
화왕지절火旺之節 : 여름. 리금석과 리금철의 앞에서 울어버린 건 좀 쪽팔렸지만, 그래도 나카츠키 쇼토의 얼굴은 울어도 티가 잘 나지 않는 얼굴이어서 나카츠키 쇼토 본인에게 들키는 일은 없었다. 그 날, 우리는 이대로 헤어지기도 아쉽고 해서 영화를 보고 온 나카츠키 쇼토와 함께 저녁도 함께 먹었다. 리금석과 리금철은 어색해 하는 눈치였으나 나카츠키 쇼토가 워...
삼익지우三益之友 :사귀면 이로운 세 부류의 벗. 정직한 사람, 견문이 넓은 사람, 성실한 사람을 뜻한다. 여름 방학인 게 뭐 어떻단 말인가. 이번 휴일이 지나면 월요일부터 다시 등교해서 오후까지 학교에서 보충 수업인데. “아, 맞다. 나 내일 금석이 만나러 가야 한다. 니 같이 가서 설명만 해주고 한 두 시간 동안 영화 볼 수 있나?” “약속? 취소할 순 ...
월요일 아침부터 날아온 던전 아이템 연구소의 공문을 통해 사정을 알게 된 담임 쌤이 다시 명확하게 반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래서 한동안 나카츠키 쇼토는 한동안 우리랑 같이 학교를 다닐 거다. 잘 대해주고, 못된 소리 하지 말고, 피곤하게 하지 말고 잘 지내라.” 쌤은 오늘도 잘생기셨다. 영원히 시집가지 마시길, 하고 저주 같은 기도를 올리고 손을...
새옹지마塞翁之馬 : 인생의 길흉화복은 늘 바뀌기에 짐작할 수 없음. 던전 아이템 연구소는 본래 과학 기술 정보 통신부 휘하에 있다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 이변관리부가 새롭게 조직되면서 그쪽 소속기관이 된 곳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과학기술 정보 통신부에 소속된 우정사업본부, 교육부에 소속된 국립 특수 교육원과 같은 곳으로, 일종의 국가 기관이라는 소리다....
표리부동表裏不同 : 겉과 속이 다름. 나 자신이 창백한 얼굴로 맞은편에 앉아 있는 꼴을 보게 될 줄이야. 살다 살다 10년 전으로 돌아오는 것보다 놀랄 일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와 나카츠키 쇼토……그러니까 겉과 속이 바뀌어버린 나와 나카츠키 쇼토는, 현재 서로의 몸을 하고서 식탁에 마주 앉아 있었다. “……어카지.” “…그걸 지금 나한테...
인환引換 1. (경제) 서로 바꿈. -고려대 한국어 대사전 발췌. “왜?” 나카츠키 쇼토가 다시 의아한 듯 물었다. 대답할 거리가 마뜩찮아서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가늘게 눈을 뜨고 주변을 살폈다. 평화로운 오전의 카페 내부는, 별로 다를 게 없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뭔가 석연찮아서, 고개를 기울이며 애매한 대답을 했다. “아니…뭐……이상하게 누가 쳐다보는 기...
각성자가 되었다고 해서 별다를 바는 없었다. 왜냐면 파동 검사를 안 했으니까. 그랬기에 학교에서 애들이 물어보는 급에 대해 대답은 해줄 수 없었다. 중국이랑 미국은 의무지만, 한국에서는 파동 검사가 의무가 아니니까. 대신 형사재판으로 들어갔을 때 미등록 각성자로 판별되면 가중처벌이라 그 부분만 유의하면 상관없었다. “그럼 넌 검사 안 해 볼 거야?” 드물게...
미친. 자리에 드러누운 나는 몸에 펄펄 끓는 열에 끙끙거리며 머리맡을 뒤적이다가 떠올렸다. 염병할 내 핸드폰…. 지금쯤 송정 해수욕장 바닷물 속에 푹 절여져 있을 핸드폰 생각에 눈물이 흘러 관자놀이를 적시는 게 느껴졌다. F급으로 각성한 이후에는 사소한 감기 따위 걸린 적이 없어서 10년 넘게 평범하게 건강한 체질로 살아왔는데……. ‘뭔 놈의 각성 열이 이...
“헷, 취!” 나름 포부를 되새기고 있을 때, 결국 재채기가 입에서 터져 나왔다. 내가 코를 훌쩍거리며 탕파를 안고 있자 우두커니 서 있던 나카츠키 쇼토가 머리를 긁적이다가 제안했다. “내가 머무는 호텔에 가서 씻기라도 하자.” “어? 니 어디서 머무는데?” “여기 근처야.” “…그래도 되나?” “코 훌쩍거리는 것보단 낫겠지. 가자.” 어릴 때라 그런지 엄...
그 이름에 놀란 척 반응했다. “일본 사람이가? 한국인인 줄. 한국어 너무 잘해서….” “절반은 한국 사람이지. 아버지가 한국 사람이라.” “아…어머니가 일본 사람인갑네. 그럼 일본에 살다가 여기 온 거가?” “잠깐 살다 왔어. 어차피 지금은 이중국적자라 한국인이기도 하고 일본인이기도 하고.” “어, 글나. 그럼 여기엔 어쩌다 왔는데?” 내 질문에 나카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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